부정형의 신념, 배타적 인식론, 고독과 방종, 의무적 집착
부정형의 신념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연합의 충복이란 것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말 잘듣는 개같은 이미지는 어느 기점으로부터 사그러 들었다. 아니…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좀 더 양아치 새끼같은. 기관을 향한 맹신과 동경, 헌신은 완벽한 구원재救援材로 빚어져 시대에 걸맞는 영웅이 된다. 우상에 대한 숭배며 신뢰와 복종은 변하지 않았으나 일부 밖에서 박아넣은 쐐기 탓에 그는 뒤틀린 맹목을 가지게 되었는데 종종 할당 업무량 오버, 일부 페어 플레이 거부 등 매뉴얼을 벗어났다. 내가 언제 연합의 대의에 허튼 짓 한 적 있나. 뜻을 몰라주니 섭섭한걸.
우선적으로 자른 정사각형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애초부터 곱게 잘리지 않을 재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도려내진 것이 뭘 알겠나.
배타적 인식론
제 목숨이며 남의 목숨이며 캐리어는 소모품으로 치환한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이곳에 소속된 게 아닌가, 나 하나 자결해서 쉘터 구할 정도면 얼마든지 뒤져주지. 하던 소리가 씨가 됐다. 그렇다고 죽자사자 뛰어드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국가적 득과 실을 추론해서 하는 이야기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인간의 고유 가치성이란 인간에게만 해당된다.
고독과 방종
타인에게 의존을 원치 않았던 이 치는 종극에서야 고독에 빠졌는데 사유로 떼어낸 피붙이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되지 못해 칠흑같은 갈림길에 지표를 잃었다. 허나,
아무렴 어떤가. 상실의 슬픔은 길지 않다. 오히려 발단으로 육체를 몰아 세우길 자처했다. 길이 없으니 정처없이 헤집었다. 어찌됐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당신들이 이리 가르쳤으니 별 수 있나. 뜻대로 매체가 되어 숭신하고 있으니 나는 잘하고 있다고.
그가 고독만이 자유롭다고 여긴다면 각자의 관념에 비례하여 고독을 피하거나, 고독을 견디거나, 고독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의무적 집착
키치 밀러는 현재 모순되게도 어울리지 않는 집착을 가졌는데 이른 바 거듭된 실패로 인한 자기세뇌성이다.
거리감이 발단이었다면 고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는 감정에 ‘적당히’란 단어를 몰랐다. 무정과 집착 중 전자를 택하여 이 꼴이 날 거라면 차라리 시키는 대로 하겠다. 그리하여 집착을 택한다. 정없는 집착이란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