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 학습한 인간미 / 구식 안드로이드
“저울에 매달면… 어느쪽이 더 무거울진 명확하지 않니.”
훈련소에서 캐리어들에게 최악으로 치달았던 평은 군에 가 조금은… 나아졌나? 여전히 정적이고 느리고. 워낙 감정적 반응이 없는 편이어 누군가 이런 그를 ‘구식 안드로이드’라고 평했다더라. 누구였더라? 관련된 장난인지 신입들에게도 곧장 로봇인 척 장난도 치는 걸 봐선 마냥 딱딱한 성격은 아닐 테다.
누군가와의 약속에서부터 학습된 인간미란 것을 실천하는 그는, 안면을 트거든 썩 나쁜 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엔 특유의 사근사근한 말씨가 크게 기여했다 볼 수 있다. 이아고? 사람이 좀 괴짜라 그래. 그래도 이름은 잘 외우잖아.
다만 그것을 인간미라 칭하는 건 여전히 특유의 계산적인 판단과 행동 탓일 테다. 상대를 사람으로 대하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은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그것을 욕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을 기반으로 하며 그 자체가 대체로 임무 중 준수한 성과를 가진다. 사람일 때와 도구일 때를 구분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임무의 참여율마저 높아 어쩌면 그를 성과에 목멘 사람이라 오해할 수 있는데, 되려 성과보단 상당한 기분파에 변덕이 심하다. 재밌는 것이라면 종종 돌발행동을 할 때가 있으나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선은 지킬 줄 알기에 항상 물밑으로 넘어갔다.
여전히 나른하고 느긋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듯한 태도는 어느 날 어디론가 곧잘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쉽게 준다. 그런 것에 비해 의무를 목줄처럼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을 향한 집착인지는 이해를 요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그사람, 말을 너무 어렵게 해. 다만 확실한 건 전투현장이 끝나거든 묘하게 텐션이 높다는 것. 그는 그것을 ‘살아있다’ 표현했다.